소설이 가정 폭력을 미화시켰다는 글을 보았다. 불편하다고 했다. 온실 속 화초마냥, 소설 속 이모의 딸과 별다를바 없어 보였다. 불편한 감정이야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미화라니 속이 갑갑했다. 하필 소설의 내용이 내가 깊이 공감할 내용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안진진이면서 김장우인 나는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느꼈을 삶의 모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술에 취할때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주인공 안진진이 한 말은 내게 큰 여운을 남겼다. 그러게 돌이켜보니 아버지는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미화가 아니라 모순이다.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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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한 생활의 아주 작은 개선만을 위해 거리에서 분주히 푼돈을 버는 것으로 빛나는 젊음을 다 보내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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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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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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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보다는 약함을 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을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 하나를 긋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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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한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어.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준 중요한 진리였어. 아버지는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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