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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픽사 스토리텔링 - 매튜 룬

스토리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소통 방법이다.

영화나 소설같은 문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소통에 꽤 효과적이다. 특히 단순히 소통을 넘어 상대를 설득할 때 빛을 발한다.

왜 좋은 방법일까?

일단 스토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쉽게 내 말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그리고 좋은 스토리는 청자가 원하는 것을 들려줌과 동시에 공감을 일으킨다. 이 과정은 소통을 넘어 설득에 스토리가 왜 효과적인지를 알려준다. 공감은 감정의 영역이고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할때 감정적으로 먼저 판단한다. 그리고나서 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공감을 사기만해도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무엇일까?

공감을 통해 청자의 감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소통 방식이고 소통은 양방향적이어야한다. 가르치려들수록 소통은 어려워진다. 한 영화 감독이 말하길, "영화 감상은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계속 힌트를 던지면 관객이 영화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감독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가 말하길, "나는 배우가 우는 것이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객이 울어야 진짜 드라마다"

내가 좋아했던 컨텐츠는?

친구와 책에 대해 떠들다가 문득, 그래서 나는 어떤 컨텐츠를 좋아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좋은 스토리텔링의 조건을 갖춘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의 신념을 대변하는 컨텐츠가 그러하다. 그런 컨텐츠들은 보고나서도 여운이 크게 남는다. 나를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말하는 거겠지.

같은 맥락에서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관람했을 때의 일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갑갑했다. 절제된 장면과 대사 하나 하나까지 허투로 쓰인 프레임 없어 보였는데 이것이 관객인 나로 하여금 영화에 끼어들 틈이 없다고 느끼게 했다. 빈틈없는 영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감독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영화가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조커를 볼 적에 나는 내내 몰입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장면이나 대사를 떠올리기 보다는 나도 한번쯤 내 안의 조커를 키우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한참 기억을 해맸다. 쓰다보니 기생충을 까는 것 같지만.. 그보단 내가 단지 기생충에 감동하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당연히 사람마다 좋은 컨텐츠는 다르지 않느냐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인정하는 좋은 컨텐츠가 있다고 가정할때, 내 대답은 빈틈있는 영화이다. 관객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읽고 나서

나는 컨텐츠를 볼때 내 취향이나 나를 대변할 것 같은 작품만 보려한다. 그렇지 못하거나 못할 것 같은 컨텐츠를 최대한 미리 파악해서 보지 않으려 한다. 오만한 생각이지만 예고편이나 포스터, 제목의 늬앙스만으로 영화를 함부로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이 공고해지는만큼 편협해지는 것을 느낀다. 컨텐츠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만큼 나를 규정하고 가두는 느낌이다. 또 그런 목적성을 가지고 보다보니 긴 호흡의 컨텐츠를 편히 보지 못한다. 하지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채로운 컨텐츠를 나에게 주입해야겠다. 아마 그 시작은 우선 내가 봐왔던 영화를 정리하는 일이 될 것 같다. 친구가 와차피디아 어플을 추천해줬는데 여기선 컨텐츠에 대한 평점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정리가 끝나대로 어플에 편한 마음으로 컨텐츠를 쌓아나가려고 한다. 내가 보고 들은게 내가 된다. 내가 느끼고 행동한게 나를 말해준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많이 들어야겠다.